지속가능성과 경제 2
-긱 경제의
단면들-
6기 한지민
이번 글에서는 노동시장과 관련하여 좀 더 거시적인 측면에서 “경제와 지속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긱 경제(Gig Economy)” 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긱”은 “일시적인 일” 이라는 뜻의 단어로,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단기적으로 섭외한
연주자를 일컫는 말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긱”이 프리랜서, 1인 자영업자라는 뜻의 단어로 변화하였다가, 2015년에는 맥킨지에서 “디지털 장터에서 거래되는 기간제 근로” 라는 의미로 정의하였다.
과거에는 일반적인 고용의 형태가 정규직 계약이었다면, 최근에는 계약직 혹은 임시직으로 노동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긱
경제” 라는 단어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는 “기업이
수요자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여 서비스 및 제품을 제공하는 경제”인 “온디맨드
경제”(On-Demand Economy) 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기업이 서비스를 최대한 빨리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용 역시 즉각적,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긱 경제의 예시를 들자면, 해외 사례로는 “우버”가 있다. 미국 기업인 우버는 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대신,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파트너 형태로 계약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아마존”은 비용 절감을 위해 차량을 소유한 일반인을 배달원으로 고용하여, 하루 12시간 내에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하였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쿠팡 플렉스”는 일반인들이 어플로 업무 신청을 하고, 업무가 확정되면 캠프로 가 지정된 물건을 싣고 배달하고 수임을 받는 구조이다.
“배민 커넥트”는 만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선택해 일할 수 있는 배달 아르바이트 프로그램이다. GS25는
2020년 8월 업계 최초로 도보 배달 서비스인 ‘우리동네 딜리버리’를 선보였고, CU도 같은 해 10월 ‘근거리 도보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긱 경제가 이처럼 활발해진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원인이 있다. IT 플랫폼의
발전과, 현대인들의 개인주의 성향, 그리고 코로나 19의 유행이다. 기존의 프리랜서들과 차별화되는 점이 우선 스마트폰
어플 등을 통해 원하는 시간대와 업무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빠르게 필요한 노동자들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니즈가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평생 직장” 이라는
말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 곳에 소속되어 있기보다 자유롭게 일하기를 원하는 현대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영향이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도 있는데, 전염병의
유행 이후 일자리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면서 소득을 보충하려는 경제활동인구가 많아졌고, 시장에서는 대부분의
소비 활동을 비대면으로 해결하려는 수요가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증가했기 때문에
‘긱 이코노미’ 시장이 급성장을 이룬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플랫폼으로 노동을 구하는 한국 플랫폼 노동자 숫자는 2019년 기준 54만명이라고 한다. [1]SIS(직원채용 분석가, Staffing Industry Analysts)에 의하면 2018년 미국에는 5300만 명의 긱 노동자가 전체 노동력의 35%를 차지한다고 한다. [2]
이처럼 긱 경제는 전세계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모든 경제 현상이 그렇듯, 긱 경제에는 양면이 있다.
먼저 밝은 면으로는, 노동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직장인들이 퇴근 이후 “투잡 (two-job)” 을 뛰는 경우도 많고, 학생들이 학업을 하면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경제적 수입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공간적 지역적 노동력의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영어권 국가에서는 개발도상국과 동유럽 국가에서는 다른 시간대의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인력시장을 글로벌화하고 있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또한 고용시장 밖으로 내몰린 전문성을 갖춘 중장년층에게도 경쟁력이 생긴다. 알맞은 직장을 찾지 못해 재취업에 실패하고 단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플랫폼이 징검다리가 되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연결해 줄 수 있다. 풀타임 근무가
체력적으로 힘든 경우에도 유연한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는 플랫폼을 활용할 정도로
IT 기술에 익숙한 중장년층이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대표적으로, 휴넷의 “텔런트뱅크”는
“시니어 전문가”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업과 매칭해주고
있는 플랫폼으로, 2021년 2월 기준 약 3000명의 시니어 전문가가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다. [3]
이러한 긍정적인 면을 본다면, “긱
경제”는 분명 유연한 근무환경으로 더 많은 노동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해주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또한 IT 기술의 발전과 공유 경제의 확산에 발맞춰 노동자들과 기업들의
니즈를 모두 충족해주는 효과 역시 있어 지속가능한 경제 구조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두운 면 역시 존재한다. 먼저
“긱 노동자” 라는 개념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근로기준법에 의하면
이들은 엄밀히 말해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이다. 이 때문에
노동법에서 보장하는 최저 임금이나 4대 보험 혜택과 같은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특히 배달원들의 경우, 사고가 났을 때 배달원 본인이 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고 산재 보험을 받을 수 없다. 최근 영국에는 긱 노동자의 권리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우버가 자사 운전자들을 직원으로 분류하고 유급 휴가 등의 혜택을 제공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긱 노동자들의 권리를 일정 수준 보장하고 각종
규제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긱 경제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고용의 불안정성, 기본적인 권리 보호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긱 경제가 지속가능한 고용 형태로서 작용하려면, 관련하여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적절한 규제가 적용되어야만 긱 경제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다.
[1]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8231524389336
[2] https://www.eroun.net/news/articleView.html?idxno=11720
[3] http://bravo.etoday.co.kr/view/atc_view.php?varAtcId=12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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