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7월호, 2021년] #58 미니멀리즘, Less is More? - 6기 한지민

 

미니멀리즘, Less is More?

6기 한지민


미니멀리즘은 1960년대 시각 예술 분야에서 처음 시작되어 그 이후 건축과 패션 등으로 확장된 개념입니다. 이 용어 자체는 1960년대에 등장하였지만, 사실 넓게 본다면 저희가 잘 알고 있는 여백의 미같은 것도 이러한 최소주의의 맥락과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복잡하고 불필요한 치장을 걷어내고, 사물의 본질만을 나타내는 것을 추구하는 예술 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미니멀리즘이 최근에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대두하게 되었죠. 이 원인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크게 네 가지 원인으로 분석합니다.


첫 번째로는,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단순하고 깔끔한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도 처음 미니멀리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집에서 지내다 보니 뭔가 집이 지저분한 것 같은데? 쓸데없는 물건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라는 생각에서 출발했거든요. 미니멀리즘이 예술에서 시작된 용어인 만큼, 심미적인 욕구에서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에 덧붙이자면,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많은 것을 집에 들이기보다는 가사노동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집 안을 단순화하는 경우도 많아졌고, 또 공유 경제로 인해 소유하지 않아도 향유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서 미니멀 라이프의 추구가 조금 더 쉬워진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심리적인 결핍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저는 종종 쿠팡이나 마켓컬리에서 물건이나 음식을 구입하는데, 전날 클릭만 몇 번 하면 다음날 현관문 앞에 물건이 도착해 있어요. 사실 몇 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내가 원하는 물건은 뭐든 정말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미니멀리즘: 비우는 사람들에서는 실제로는 소비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자유롭게 소비하고 있다고 믿지만, 그것이 실제로는 마케팅에 의해 조작된 욕구로 인한 소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굉장히 고전인 1960년대에 나온 장 보드리야르의소비의 사회라는 책에서도 제시하고 있는 관점입니다. 소비하고 싶어서 소비한다기보다는, 소비하려고 하는 물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주거나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에 소비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광고에 들어가는 비용은 1950년대 연간 50억 달러에서, 현재 2020년에는 연간 2400억 달러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것만 봐도 얼마나 기업들이소비하게 하기 위해서노력을 하는지 알 수 있는데, 이게 효과가 없을 리 없겠죠. 또한 최근에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성향과 취향을 분석해 더 효과적인 광고를 하는 것도 가능해졌고요.


그러다 보니, 내가 원해서 구매한 것 같은 물건을 돌이켜봤을 때, 실제로 그것이 내가 소비할 때 부여한 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가 많은 것입니다.


미니멀리즘은 이러한 측면에서, 소비 사회에서 우리에게 주입된 욕망이 '진정 우리 마음속에서 시작된 욕망' 인지를 고민해보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것을 제안합니다. 또한 심리적 결핍에서 벗어나, 진정한 정신적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더 나아가서 환경 측면에서도 불필요한 자원과 에너지를 덜 쓰는 것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미니멀리즘을 친환경과 같은 방향성으로 보는 관점도 많았습니다.


이런 내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기 때문에 미니멀리즘이 인기를 끌었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과연 미니멀리즘은 정말 이상적인 삶의 양식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리즘의 기본은 버리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조슈아 베커의 <작은 삶을 권하다>라는 책에서도 집안에서 자주 활용하는 공간부터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면서 정리하는 게 미니멀리즘의 시작이라고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이 버리는 행위에 대해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니멀리즘이 유행하게 되면서, 직접 실천을 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아졌는데, 사실 제일 쉬운 방법이 어떻게 보면 가진 물건들 중에 필요 없는 걸 버리는 거잖아요. 그런데 환경의 시선에서는 당연히 버리는 것 또한 또 새로운 문제를 유발할 수 있잖아요. 환경 전문가들은 어떤 정책보다도 가장 효과적인 환경을 살리는 방법은 덜 버리는 거라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거든요.


근데 미니멀리즘을 하겠다는 생각에서 안 쓰는 물건을 버리기만 하면 그 폐기물들을 처리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은 또 새로운 숙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버리는 것보다는 필요한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새로운 형태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한번 더 고민을 해본다면 미니멀리즘이 훨씬 더 친환경적인 형태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이제 또 하나 제기된 문제점이, 쉽게 말하면 버리는 만큼 또 산다는 건데요. 이는 미니멀리즘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미니멀리즘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존의 안 쓰는 물건들을 버리고 난 뒤에 그를 대체할 새로운 물건을 또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거죠. 가구를 다 버리고 난 뒤에 또 새로운 수납장을 구입한다든지, 제로 웨이스트를 위해서 텀블러를 샀는데 이제 하나만 사면 되는데 텀블러를 사서 모으는 사람들이 생긴다든지 이런 것들이 사실은 미니멀리즘을 모방만 하면서, 자원 낭비를 막으려는 첫 의도와는 달리 대체품을 통해 불필요한 소비를 지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그 외에도 미니멀리즘이 최소한의 소비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그 최소한의 기준은 너무나 주관적인 것이 아닌가. 자신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또 그것도 많이 소비를 해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측면에서의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니멀리즘이 정말 완벽한, 최고의 생활 양식이다. 라고는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소비에 대해 재고해보고,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미니멀리즘의 본질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은 환경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행복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Comments

Popular Posts

[Research Team Insight #1] The A to Z of SDP Research Team

[10월호, 2020년] 세계시민의식과 SDGs에 대해 묻다: 강동렬 UN SDSN Youth Korea 총괄 인터뷰 - 4기 유재희, 이소정

 "개인의 움직임은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 위의 질문에서부터 본 인터뷰는 시작된다. SDP는 현재 지속가능발전 글로벌 리더가 되고자 거시적인 시각에서 에너지와 인프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다양한 외부 기관으로부터 지지를 받으며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혹 멀리서 커다란 모습에만 집중한 나머지 개개인이 일상에서 지속가능함을 위해 노력하는 미시적인 움직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계시민의식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인지, 우리가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되었다. 강동렬님은 세계시민교육가이자 지속가능발전활동가로, UN SDSN Youth Initiative 한국 총괄로 계시며 SDP의 활동에도 언제나 많은 도움을 아끼지 않으신다. SDP는 지난 8월, 재생에너지와 시민의식을 주제로 동렬님을 모시고 공개 세미나를 추진하였으나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인해 잠정 연기한 일이 있다. 우리의 질문과 맞닿아 있는 세미나를 기다리며, 동렬님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와 활동은 무엇인지 SDP가 작은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고자 하였다. 4기 유재희, 이소정

[3월호, 2021년] #32 딥 페이크(Deep Fake)와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 - 7기 진희주

  딥 페이크(Deep Fake)와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 7기 진희주 아래 사진 중 무엇이 실제 오바마의 사진일까 ? 네 장 모두 딥 페이크 기술을 통해 인공지능이 만든 오바마의 사진이다 . 딥 페이크 (Deep Fake) 는 Deep Learning 과 Fake 의 합성어이다 . 딥 페이크는 AI 를 이용해 특정인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합성한 사진 , 영상 , 음성 편집물 및 그 기술을 통칭하는 단어이다 . 딥 페이크 기술은 새로운 유형의 신경망 ( 머신러닝 알고리즘 ) 발전으로 가능해졌다 .   딥 페이크 기술을 활용하면 유명인의 얼굴을 대역에 합성해 손쉽게 영상을 만들거나 세상에서 사라진 멸종 위기 종이나 과거의 사람들을 생생하게 재현할 수도 있게 된다 . 여러 사람의 얼굴을 통해 가상의 얼굴을 제작하여 사용하거나 스타일 트랜스퍼 (Style transfer) [1] 를 활용해 겨울을 여름으로 , 또는 화창한 날을 비 오는 날로 묘사하는 등 이미지의 환경적 맥락을 바꿀 수 있는 등 딥페이크 기술의 영상 • 사진 산업 분야의 활용도와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   하지만 딥 페이크는 엄청난 힘에 걸맞게 악용 가능성이 높아 그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 대표적인 악용사례는 유명 연예인을 합성한 불법 포르노 , 전•현직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가짜뉴스 영상 등으로 사회를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딥 페이크 범죄의 대상은 유명인을 넘어 점차 일반인에게까지 확장되고 있다 . 헤어진 연인 , 또는 지인의 얼굴을 다른 나체 사진이나 성인물 동영상과 합성하여 만든 딥 페이크 제작물을 온라인 상에서 유통하거나 이를 통해 협박하는 등 딥 페이크 영상은 점차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 2019 년 4 월 국내에서 큰 논란이 되었던 텔레그램 N 번방 사건에서도 딥페이크를 악용한 사진이 거래 , 유포된 정황이 확인되어 그 심각성이 전면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   딥 페이크 기

[11월호, 2020년] Countermeasures against urbanization: Air pollution in Seoul - 5기 함이수

Countermeasures against urbanization: Air pollution in Seoul 55% of the world population resides in urban areas as of 2018, according to a UN report. The overly populated urban population has given rise to problems that people were not aware of in the past. Especially, the impacts of urbanization on the environment are slow to be seen thus has been accumulating, invisible to the human eye. What has been done to address these problems? Furthermore, how should we approach these issues henceforward?

[Research Team Insight #2] Project MaPPPing and the role of Research Team - 5기 권경민, 6기 김예빈

1.       What is Project MaPPPing   SDP is constituted of students who have great interest in sustainable development, and we refer to the SDG goals articulated by the UN as the global standard for sustainable development. This year, we have specifically focused on goal number 9 and 11 that emphasizes the role of infrastructure in sustainable development [1] . We believe that sustainable and resilient infrastructure is at the heart of sustainable growth, so we have launched a project called Project MaPPPing in December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