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즘, Less is More?
6기 한지민
미니멀리즘은 1960년대 시각 예술
분야에서 처음 시작되어 그 이후 건축과 패션 등으로 확장된 개념입니다. 이 용어 자체는 1960년대에 등장하였지만, 사실 넓게 본다면 저희가 잘 알고 있는
“여백의 미” 같은 것도 이러한 최소주의의 맥락과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복잡하고 불필요한 치장을 걷어내고, 사물의
본질만을 나타내는 것을 추구하는 예술 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미니멀리즘”이 최근에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대두하게 되었죠. 이 원인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크게 네 가지 원인으로 분석합니다.
첫 번째로는,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단순하고 깔끔한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도 처음 미니멀리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게, 집에서 지내다 보니 뭔가 집이 지저분한 것 같은데? 쓸데없는 물건이
너무 많은 것 같은데? 라는 생각에서 출발했거든요. 미니멀리즘이
예술에서 시작된 용어인 만큼, 심미적인 욕구에서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에 덧붙이자면,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많은 것을 집에 들이기보다는 가사노동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집 안을 단순화하는 경우도
많아졌고, 또 공유 경제로 인해 소유하지 않아도 향유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서 미니멀 라이프의 추구가
조금 더 쉬워진 경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물질적인 풍요 속에서 심리적인 결핍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저는
종종 쿠팡이나 마켓컬리에서 물건이나 음식을 구입하는데, 전날 클릭만 몇 번 하면 다음날 현관문 앞에
물건이 도착해 있어요. 사실 몇 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내가
원하는 물건은 뭐든 정말 편리하게 살 수 있는 이상적인 사회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비우는 사람들” 에서는 실제로는 소비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자유롭게 소비하고 있다고 믿지만, 그것이 실제로는 마케팅에 의해 조작된 욕구로 인한 소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는 굉장히 고전인 1960년대에 나온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 라는 책에서도 제시하고 있는 관점입니다. 소비하고 싶어서 소비한다기보다는, 소비하려고 하는 물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주거나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에 소비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그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광고에 들어가는 비용은 1950년대 연간 50억 달러에서, 현재 2020년에는 연간 2400억 달러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것만 봐도 얼마나 기업들이 “소비하게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지 알 수 있는데, 이게 효과가 없을 리 없겠죠. 또한 최근에는 알고리즘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성향과 취향을 분석해 더 효과적인 광고를 하는 것도 가능해졌고요.
그러다 보니, 내가 원해서 구매한 것 같은 물건을 돌이켜봤을 때, 실제로 그것이
내가 소비할 때 부여한 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가 많은 것입니다.
미니멀리즘은 이러한 측면에서, 소비 사회에서 우리에게 주입된 욕망이 '진정 우리 마음속에서
시작된 욕망' 인지를 고민해보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일 것을
제안합니다. 또한 심리적 결핍에서 벗어나, 진정한
정신적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더 나아가서 환경 측면에서도 불필요한 자원과 에너지를 덜 쓰는 것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미니멀리즘을 친환경과 같은 방향성으로 보는 관점도 많았습니다.
이런 내용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기 때문에 미니멀리즘이 인기를 끌었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과연 미니멀리즘은 정말 이상적인 삶의 양식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리즘의 기본은 “버리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조슈아 베커의 <작은 삶을 권하다>라는 책에서도
집안에서 자주 활용하는 공간부터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면서 정리하는 게 미니멀리즘의 시작이라고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이 “버리는 행위”에 대해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니멀리즘이 유행하게 되면서, 직접
실천을 하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아졌는데, 사실 제일 쉬운 방법이 어떻게 보면 가진 물건들 중에 필요
없는 걸 버리는 거잖아요. 그런데 환경의 시선에서는 당연히 버리는 것 또한 또 새로운 문제를 유발할
수 있잖아요. 환경 전문가들은 어떤 정책보다도 가장 효과적인 환경을 살리는 방법은 덜 버리는 거라고
인터뷰를 하기도 했거든요.
근데 미니멀리즘을 하겠다는 생각에서 안 쓰는 물건을 버리기만 하면 그 폐기물들을
처리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은 또 새로운 숙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작정 버리는 것보다는 필요한 사람에게 양도하거나 새로운 형태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한번 더 고민을 해본다면 미니멀리즘이 훨씬 더 친환경적인 형태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이제 또 하나 제기된 문제점이, 쉽게
말하면 버리는 만큼 또 산다는 건데요. 이는 미니멀리즘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미니멀리즘의 본질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존의 안 쓰는 물건들을 버리고 난 뒤에 그를 대체할 새로운
물건을 또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거죠. 가구를 다 버리고 난 뒤에 또 새로운 수납장을 구입한다든지, 제로 웨이스트를 위해서 텀블러를 샀는데 이제 하나만 사면 되는데 텀블러를 사서 모으는 사람들이 생긴다든지 이런
것들이 사실은 미니멀리즘을 모방만 하면서, 자원 낭비를 막으려는 첫 의도와는 달리 대체품을 통해 불필요한
소비를 지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그 외에도 미니멀리즘이 최소한의 소비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그 최소한의 기준은 너무나 주관적인 것이 아닌가. 자신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또 그것도 많이 소비를 해봐야지만 알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측면에서의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미니멀리즘이 정말 완벽한, 최고의
생활 양식이다. 라고는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소비에 대해 재고해보고,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미니멀리즘의 본질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는 것은 환경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행복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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