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장바구니는 정말 녹색일까요
7기 박주미
MZ세대의 장바구니가 그 전 세대와 두드러지게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미닝아웃(Meaning Out)’ 소비가 아닐까 합니다. 미닝아웃은 신념을 뜻하는 Meaning과 정체성을 들어낸다는 Coming out이 합쳐, 소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보여주는 현상에 대한 신조어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 환경을 고려한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의 조사에 따르면, 66.3%의 소비자가 식품 포장재의 친환경 여부를 제품 구매 결정에 반영한다고 합니다. 또한, 제품 구매 시 환경 영향을 고려한다는 소비자가 2019년 71%에서 2020년 83%까지 증가했습니다.[1] 이는 환경 보호가 지속가능개발목표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전 인류를 위해 바람직해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쯤에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친환경적이라고 믿고 산 그 제품, 정말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까요?
그린워싱이란 녹색(Green)과
세탁(White Washing)을 합한 신조어로 위장환경주의라고 직역할 수 있습니다. 즉,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녹색 경영으로 위장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실제로, 환경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친환경적인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습니다. 2019년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더 지불 가능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평균 6% 더 지불할 용의가 있었습니다.[2]
그린워싱을통해 기업은 더 고가의 제품을 생산하고도 쉽게 시장 점유율과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분명히 소비자의 신념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많은 소비자가 그린워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경기연구원이 2016년 발행한 ‘친환경위장제품(그린워싱)의 현황과 과제’ 연구에 따르면, 40.3%의
소비자가 그린워싱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으며,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소비자는 오직 4.4%에 불과했습니다.[3]
이는 많은 소비자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높은 금액을 지불함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보상도 얻을 수 없으며, 쉽게 그린워싱의 희생양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사진출처: https://blog.naver.com/gri_blog/220805010139)
그렇다면 무엇이 그린워싱일까요? 친환경 마케팅 업체인 TerraChoice는 그린워싱의 종류를 위의 표에 나오는 7가지로
정의했습니다. 더 확실한 이해를 위해 오늘 이 글에서는 한국 기업이 저지른 그린워싱 사례 몇 가지를
뽑아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상충효과 감추기 – 마켓컬리 올 페이퍼 챌린지
(사진출처: https://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989202)
마켓컬리는 모든 배송용 포장재를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변경하는 올페이퍼 챌린지를 도입하여 친환경
브랜드의 이미지를 다졌습니다. 실제로도 이 프로젝트는 시행 1년
만에 4831톤의 플라스틱 절감효과를 거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4]
그러나 플라스틱 사용뿐만 아니라 일회용품의 남용이 본질적인 문제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올 페이퍼 챌린지를 통해 마켓컬리가 얻은 긍정적 이미지는 그린워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6개월 이내 마켓컬리 새벽배송 이용자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24.1%(289명)가 새벽배송 서비스에서 가장 개선이 필요한 점으로 ‘과대포장’을 꼽았습니다.[5]
2.
애매모호한 주장 – CU의 생분해 플라스틱 용기
CU는 작년 8월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PLA, Poly Lactic Acid)로 만든 용기를 김밥 등의 간편식 상품에
채택했습니다. 해당 상품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관련 상품의 매출이 작년 8월에 비해 3배가 상승했습니다. 이에
따라 CU는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의 사용을 확대하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6]
PLA 용기는 일반 플라스틱 대비 생산과정에서 절반 이하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또한 PLA 용기는 퇴비화 조건에
매립 시 생분해가 가능합니다.[7]
여기서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키워드는 ‘퇴비화 조건’입니다. 모든 조건에서 항상 분해되는 것이 아니라, 땅에 묻었을 때 58도 정도의 환경이 주어져야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아 생활폐기물을 매립하기보다 소각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혼합배출 폐기물의 소각률은 47.1%지만, 매립률은 그 절반인 23.8%정도에 불과합니다.[8]
즉, 퇴비화 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애매모호한 ‘생분해
플라스틱’이라는 표현만을 활용해 소비자가 비싼 금액을 지불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3.
유해상품 정당화 – KT&G 더원
(사진 출처: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01013000630)
작년 10월, KT&G의 더원 담배 마케팅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산소를 불어넣은 깨끗한 숯 필터의 깔끔한 흡연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담배를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미화했기 때문입니다.
환경부의 ‘담배꽁초 관리체계 마련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흡연 전 대비 흡연 후 담배꽁초에서 유해물질 농도가 증가했습니다. 또한 생태계 유입 시 해양생물의 기형 및 변형을 유발하는 등 해양생태계 파괴의 주범입니다.[9] 애초에
환경에 해로운 상품의 경우 친환경적인 속성을 부여하려는 시도 자체를 그린워싱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3.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1231916
4.
https://www.thinkfood.co.kr/news/articleView.html?idxno=88925
5.
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142536
6.
https://www.ajunews.com/view/20210215091745326
7.
https://v.kakao.com/v/20210515180847416
8.
http://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35972
[1] https://ditoday.com/%EC%B9%9C%ED%99%98%EA%B2%BD-%EC%8B%9C%EB%8C%80%EC%99%80-%EA%B8%B0%EC%97%85%EC%9D%98-%EC%97%AD%ED%95%A0/
[2] https://caterinasullivan.medium.com/how-much-more-are-consumers-willing-to-pay-for-sustainable-products-207539d4c8fd
[3] http://www.kyeonggi.com/news/articleView.html?idxno=1231916
[7] https://www.ajunews.com/view/20210215091745326
[8] https://v.kakao.com/v/20210515180847416
[9] http://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35972


말씀하신 소스들은 굉장히 흥미롭네요! 다만 의아한 점이 몇가지 있어서 질문드립니다.
ReplyDelete1. 마켓컬리의 종이박스 사용
"상충효과 감추기"는 "상품의 친환경적 속성 몇가지만 부각하고 나머지 해악에 대해서는 감추는 것" 이라고 되어있는데요. 올페이퍼 챌린지때문에 과대포장이 생기는건가요...? 상기에 제시된 예시처럼 '올페이퍼 챌린지는 종이박스 제작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숨기고 종이박스라는 사실만 부각한다.' 이런 사례라면 상충효과 감추기라 부를 수 있을텐데 과대포장은 올페이퍼 챌린지와 별 상관이 없어보여요. 스티로폼을 쓰든, 철제박스를 쓰든 상온 식품과 냉동식품을 같이 두진 않을테니까요. 박스 분리는 소비자가 보기엔 과대포장이지만 공급자 입장에선 품질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올페이퍼 챌린지를 그린 워싱으로 볼 수 있는지 의아해요.
제시해주신 링크를 타고 들어가니까, 마켓컬리 측은 "상온, 냉장, 냉동 세 가지로 분류할 수밖에 없기"때문에 종이박스를 세 종류를 쓴다고 되어있네요. 그래서 https://m.blog.naver.com/ssingx27/221660848700 이 글처럼 한 박스에 다 담겨져 오는 경우도 있는것이구요...
2. CU의 애매모호한 주장.
퇴비화 조건을 적시하지 않은 것이 애매모호한 주장인지 의아합니다. 광범위한, 의미를 알 수 없는, 헷갈리는 주장을 한 게 아니라 단지 제반 조건을 모두 적시하지 않은 것 아닌가요? 또한 CU가 그 모든 걸 적시할 의무가 있는지도 궁금한 게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없는게 문제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시설을 만들지 않는 건 생분해성 플라스틱량이 시설 유지로 인한 손해를 상쇄할만큼 많은게 않기 때문이구요. 환경 단체에서는 '처리 방식을 고려하지 않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그린워싱이다.'라고 주장하는데 기업의 책임을 어디까지 볼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