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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호, 2021년] #47 동물복지와 지속가능성 - 7기 정하연

 

SDP 리서치팀 7기 정하연

동물복지와 지속가능성

동물복지란?

 동물복지. “동물이 건강하고 안락하며, 좋은 영양 및 안전한 상황에서 본래의 습성을 표현할 수 있으며, 고통, 두려움, 괴롭힘 등의 나쁜 상태를 겪지 않는 것을 말한다(국제수역사무국, OIE). 사육 과정에서라도 쾌적한 환경에서 동물의 스트레스를 최대한 줄이고 그들의 건강을 유지하자는 취지에서 제시된 개념이다. 그냥 들었을 때에는 막연하게 윤리적 소비의 일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동물복지는 단순히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고통 받는 동물에 대한 배려 차원을 넘어 인간과 동물의 공존, 인간의 이로움을 위해서도 필요한 컨셉이다. 동물복지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지속가능성과 연결되는지는 아래에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다. 


 동물복지는 사실 매우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동물복지는 반려동물, 실험동물 등[1]에 국한되는 이슈가 아니라 축산물의 생산, 유통, 판매는 물론 수출입에 이르기까지 확대할 수 있고, 미래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그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 넓은 개념 중에서도 본고는 우리의 식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농장동물복지’에 집중하고자 한다.

동물복지 실현을 위한 노력

 축산업계에서도 동물복지가 점차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를 특히 농장동물복지라고 부르는 것이다. 영국의 농장동물복지자문위원회(FAWC,1979)에서 농장 동물을 위한 5대 자유를 제정한 것이 농장 동물복지 개념의 근간이 되었는데, (1)배고픔, 갈증, 영양불량으로부터의 자유, (2)적절한 편안함과 안식처, (3)부상과 질병의 예방 및 빠른 진단과 치료, (4)정상 행동을 보일 수 있는 자유, (5)공포로부터의 자유가 그 내용이다. 이러한 농장동물복지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두 사례를 통해 살펴보려고 한다.

 먼저, 2012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이다. 이는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 · 돼지 · 닭 · 오리 농장 등에 대해 국가에서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제도이다[2]. 이 정책은 단순히 사육 단계뿐 아니라 동물의 운송과 도축 등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종합적인 농장동물 복지체계를 마련하고자 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인식 개선으로 꾸준히 신규 등록되는 농장이 있긴 하지만, 도입 후 9년이 지난 2020년 12월 말 기준으로 전국에 인증을 받은 농가가 297개 뿐이라는 것은 아쉬운 현실이다.[3]

다음으로는 2018년부터 이케아(IKEA)에서 추진하고 있는 푸드 베터(Food Better)가 있다. 푸드 베터란, 이케아가 공급받는 닭, 돼지, 소 등의 동물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농가에서 충족해야 하는 기준을 담은 가이드이다. 아직은 2025년까지 닭 농가가 가공 과정에서 충족시켜야 할 12가지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지만, 닭고기 이외에도 돼지고기, 유제품, 연어 등 이케아가 제공하는 주요 식재료들에 대한 기준도 마련 중이라고 한다. [4] [5]

 위 두 가지 사례를 포함하여 동물복지를 보장하려는 노력은 세계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아직 동물복지제도의 부족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동물복지 개념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한다.

동물복지에 대한 문제 제기

 첫 번째는 경제성의 문제이다. 동물복지를 실천하고 정부가 제시하는 인증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일반 관행 농장보다 훨씬 큰 비용이 수반된다. 2014년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동물복지 농장은 일반 관행 농장에 비해 마리 당 6~7만원을 시설투자비로 더 지출했다. 사육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에서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많기 때문에 금전적 비용뿐만 아니라 노동력, 시간 비용도 일반 농가에 비해 매우 큰 편이다. ‘동물복지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 분은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계란은 일반 닭장 계란의 2~3배 가격에 팔아도, 들이는 노력과 비용을 보상받기 어렵다고 밝혔다.[6] 가격 경쟁력도 고려해야 하는 생산자의 입장에서 동물복지가 합리적인 선택지인지, 지속가능한 방안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지점인 것이다.

 두 번째는 제도적, 재정적 지원의 부족이다. 생산자 개인적으로는 경제성 문제가 존재하더라도 인증 제도를 시행하는 정부에서 동물복지를 실현하고 있는 농가에게 어느 정도 지원해준다면 그 부담이 상당 부분 완화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는 동물복지농장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동물보호법 29조 3항에 동물복지 농장에 대해 지원한다는 규정이 존재하지만 아직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예산이나 담당 조직은 미비한 실정이다.

 마지막으로는 실효성의 문제이다. 앞서 말한 문제들은 동물복지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지점을 지적한 것이라면, 이는 동물복지라는 개념 자체에 물음표를 던진다. 동물복지의 내용도 인간 중심적인 시각에서 작성된 것이며, 동물 사육 과정에서의 ‘복지’를 보장한다는 개념도 결국에는 동물이 인간을 위해 목숨을 잃을 운명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7] 이러한 목소리는 동물복지도 사실은 인간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합리화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점들을 보았을 때, 동물복지가 완전하지 않은 해결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는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동물복지를 추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동물복지를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고민해보고 싶다.

동물복지의 지속가능성 – One Health, One Welfare

윤리적 차원에서 동물복지는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그러나 윤리적 차원을 넘어서 동물복지는 인간을 위해,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생태계와 환경의 존속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필자는 그 근거로 ‘원헬스(One Health)’원웰페어(One Welfare)’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싶다.

 원헬스는 인간의 건강, 동물의 건강, 환경의 건강 사이의 상호 의존성에 바탕을 둔 개념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각각을 독립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고려하며 연구하는 학제적 접근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이다.[8] 원 웰페어는 원헬스에 기반을 둔 개념인데, 동물과 사람의 건강을 하나로 보는 것이 원헬스라면, 원웰페어는 인간의 복지를 동물복지 및 환경과 연결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생적 사육환경을 보장받고 고유의 습성을 유지하면서 자란 가축의 축산물은 식품 안전에 기여할 수 있으며 인간의 건강으로도 이어진다는 논리이다.[9]

 특히, 원웰페어는 동물복지를 핵심으로 삼는다. 동물이 사는 생태계와 환경, 동물 복지에 관심을 가짐으로써 증진된 동물의 건강은 그들과 공존하는 인간의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더러, 식품 안전성 확보, 고품질 축산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이는 해당 식품을 섭취한 인간의 건강 증진과 인간 복지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원웰페어의 바탕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동물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선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먼저, 정부 및 기관의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앞서 짚어보았던 것처럼 동물복지 인증 제도가 자리잡을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기 위한 지원 혹은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동물복지를 중요한 가치로 인식하고, 생산자에게 이를 요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반 식품보다 고가이더라도 동물복지 제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 대가로 생산자는 계속해서 안전하고 고품질의 식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들을 통해 동물복지를 조금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한다. 물론, 동물에게 가하는 고통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동물 소비를 아예 금지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동물복지는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에서 동물의 행복을 보장하려고 노력하는 최선이며,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앞서 다룬 문제 의식을 인지하며 동물과 함께 사는 지속가능한 세상에 가까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외 참고 자료

https://www.pigpeople.net/news/article.html?no=8097

https://www.ecolivestock.org/chchletter/?idx=5999650&bmode=view

농장동물복지에 관한 인지도와 수요에 대한 조사 연구, 2014, 김민선 외

동물복지(Animal welfare) 증진을 위한 맞춤형 정책수단(Policy instruments) 개발에 관한 연구, 2018, 김순양

동물 복지를 위한 동물의 도덕적 지위에 관한 고찰, 2020, 김병석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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