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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호, 2021년] #43 ESG 투자와 정보 체계 - 7기 유신형

 

ESG 투자와 정보 체계

7기 유신형


 기업과 투자자들 사이에서 ESG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트렌드가 계속되면서 기업의 ESG 이행을 평가하는 평가 기관과 기업의 ESG 공시의 중요성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보에 대한 수요가 갑작스럽게 증가하면서, 이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ESG 정보 체계와 관련된 여러 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현재 ESG 정보 체계의 문제점부터 투자자를 위한 시사점까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100개 이상의 ESG 평가 기관들이 존재합니다. ESG 평가는 신용 평점과 비교했을 때 평가자 간 이질성을 보입니다. 아래 표(Figure 1)에서, 신용 평점은 세 기관의 점수 간 차이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다섯 개 평가 기관이 열 개 기업에 대한 ESG 평가 점수를 각각 매겼을 때, 점수 간의 격차가 심하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Figure 1: OECD Sustainble and Resilient Finance에서 재인용

 

 점수들 간의 상관관계 또한 낮게 나타납니다. Figure 2에서 세 개의 다른 평가기관이 평가한 S&P 500의 점수 간 상관 관계를 점 도표로 보았을 때, 명백한 관계없이 넓게 분산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ESG”에 해당되는 판단의 항목이 넓고 다면적이기 때문에, 재무 자료 기반의 신용 평점에 비해 질적 판단에 있어서 평가자의 재량권이 큽니다. 구체적인 연구에 따르면 평가자들 간의 차이는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나타납니다 (Berg, Kölbel and Rigobon, 2019).

 첫 번째 요인은 “ESG”에 해당되는 항목에 대한 차이입니다. , “ESG 경영을 잘하는 기업은 어떠한 특질을 가지고 있나?”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평가자 간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예시로 탄소배출, 고용평등, 이사회 구조 등의 평가 항목에서 평가자 간 기준의 차이가 생긴다면 기업의 점수 또한 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평가의 정량적 지표와 이를 측정하는 방법론의 차이입니다. 같은 항목을 평가해도, 어떤 지표를 이용하는지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한 기업 내의 노동 관행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된다면, 노동이동률을 측정하거나, 회사에 걸렸던 노무 관련 법정 소송의 숫자를 측정하는 것 등 많은 방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가 평가 점수들의 분산을 야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ESG 경영 성과를 평가함에 있어서 일관된 기준과 체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빈번히 대두됩니다.

 평가 기관의 ESG 경영 평가의 근거가 되는 기업의 공시 자료의 중요성 또한 주목받고 있습니다. 투자자의 요구로, 혹은 제도적인 압박으로 인해 기업들의 ESG 공시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이렇게 공시된 자료를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ESG 공시 수준과 ESG 성과는 양의 상관 관계를 가집니다. (E.P. Yu, et al, 2020) 그렇다면 ESG 성과 수준이 ESG 공시 수준에 못 미치는 경우, 기업의 ESG 공시가 ESG 성과를 실제보다 크게 나타낼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Figure 2에서 노란색으로 강조된, 회귀선 아래로 떨어지는 기업들이 해당되는 사례일 것입니다.



이러한 ESG 정보 체계의 혼란은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요? 먼저 정보 평가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하나의 통일된 지표를 도입하는 것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예가 EU의 녹색금융 분류 체계입니다. EU Taxonomy라고도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기준을 6가지의 목표와 4가지의 판단 조건의 형태로 제공합니다. 이는 녹색금융의 투자대상이 되는 친환경 경제활동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활용되기를 기대되고 있습니다. 또한 EU 이사회에서 통과시킨 정책인 만큼 유럽의 다양한 공시 규제에 적용되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보 공시에 있어서도 관련 법제화나 국제적 이니셔티브의 형태로 다양한 노력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공시 자료에 적용하고 있는 ESG 공시 표준을 제시하는 다섯 개의 기관 GRI, SASB, CDSB, IIRC, 그리고 CDP가 협업하기로 2020년 하반기에 발표했습니다. 또한 EU 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 (NFRD) 제도로 인해 대략 6,000개의 기업이 그들의 비재무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또한 2025년 의무화 정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같이 기업의 비재무정보 공시 비율과 관련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면서,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한 ESG 정보 체계의 발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시적인 움직임이 계속되는 와중에 투자자들은 무엇을 참고해서 ESG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할까요? 가장 직관적이면서 간단한 방법은 다양한 평가 점수의 평균을 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개별 지표 별 차이가 불균형하게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정확하지 않은 결과를 도출합니다. 가장 유용한 방법은 일관된 방법론의 부재가 초래하는 혼란의 이점을 취하는 것입니다. 기업과 이슈를 바라보는 많고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방대한 정보의 장에서 이해 관계에 맞는 것들만 취사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로 다른 방법론의 개별 지표 수준에서 발생하는 차이를 비교하거나, 항목의 차이를 살피는 것이 단 하나의 투자 지표를 보았을 때에 비해서 추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합니다. 이런 프로세스를 거쳤을 때, 한 평가 주체의 ESG 평가 방법이 스스로의 투자 목표와 일치한다고 확신한다면, 하나에 의존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ESG 정보 체계의 문제점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투자자를 위한 시사점까지 살펴보았습니다. ESG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ESG 경영과 투자에 대한 다양한 쟁점이 많은 분야에서 다뤄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흐름의 탄탄한 기반으로써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체계가 필수적으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를 향한 국제적인 노력과 ESG 투자 역사가 길어지며 축적되는 데이터를 통해 우리가 우리를 SDG에 더 가까운 세상에 데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출처

OECD “Sustainable and Resilient Finance” https://www.oecd.org/daf/Sustainable-and-Resilient-Finance.pdf

Berg, Kölbel and Rigobon “Aggregate Confusion” https://papers.ssrn.com/sol3/papers.cfm?abstract_id=3438533

E.P. Yu, et al “Greenwashing in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disclosures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275531919309523

EU Technical Expert Group on Sustainable Finance “Taxonomy: Final report of the Technical Expert Group on Sustainable Finance” https://ec.europa.eu/info/sites/default/files/business_economy_euro/banking_and_finance/documents/200309-sustainable-finance-teg-final-report-taxonomy_en.pdf

http://www.impacton.net/news/articleView.html?idxno=834



Comments

  1. 우리나라만 봐도 이러한 ESG 평가에 기관마다 차이가 크다고 알고 있습니다. 요즘 특히 ESG 관련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에 유럽연합 처럼 빠르게 도입하는것이 좋을것 같다고 생각이 드네요! 이번에도 좋은 인사이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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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렇게 중구난방인데 대세가 된다는 게 좀 아이러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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