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안보와 기후 적응을 동시에 : 기후 스마트 농업
7기 정하연
뭐 먹고 살지?
일상적으로
하는 단순한 질문 같지만, 실은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식량은
줄어드는데 인구는 늘고 있다. 유엔 세계 인구 전망은 2020년
약 78억 명을 돌파한 세계 인구가 2050년까지 약 9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대로라면 단위 면적당 식량 생산량을
2050년까지 2배로 늘려야 한다. [1]
그런데 식량 공급량은 증가가 아니라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이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세계 식량 위기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식량 수확이
어려운 것에 더하여 공급 또한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도 식량 위기를 가속시킨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기후 변화로 인한 지구 온난화, 강수량의 변화, 잦은 이상 기후가 이미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2] 날씨에 크게 의존하는 농업은 다른 분야보다 기후 변화에 더 민감하다. 기온 및 강수량의 미세한 변화로도 농업 생산량과 품질은 크게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3] 2017년, PNAS(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미국과학원회보)에 발표한 Zhao Et al.의 연구에 따르면, 지금처럼 계속해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은 18.2%나 줄어들 것이라고 하였다. [4]
기후 스마트 농업(Climate Smart Agriculture)이란?
그렇다면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지속 가능한 농업, 스마트 팜, 푸드
테크, 대안 식량 등 꽤 여러 가지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정해진
답은 없겠지만, 새로운 접근 방법 하나를 소개해 보고 싶다.
바로 기후
스마트 농업(Climate Smart Agriculture, CSA)이다. 기후 스마트 농업은 2010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헤이그 회의에서 처음 제시된 개념이다. FAO는 기후 스마트
농업을 “기후 변화 하에 식량 안보를 위하여 지속가능한 농업 개발의 성취를 목적으로 기술적, 정책적, 재정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종합적 접근법”이라고 정의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기후 변화와 식량 안보의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여건 속에서 생산성 향상, 기후변화
적응력 증대, 온실가스 감축의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존 농업생산의 틀을 바꾸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5]
생소하긴 하지만
기후 스마트 농업이 전혀 새로운 개념인 것은 아니다. 특히, 지속가능한
농업의 접근 방식과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기존에 개발된 기술들과 지속가능한 농업의 접근 방식
등에 의존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친환경 농업과 유기농업을 포함한 보전 농업, 저탄소 농법 등도 CSA 접근 방식에 포함된다.
반면, 기존 영농방식과 구별되는 기후 스마트 농업의 특징도 여럿 있다. 먼저, 지속가능한 농업시스템을 계획하고 개발하는 데에 있어 기후변화 문제를 통합하여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둘째로, 기후 스마트 농업은 각 수준에 맞는 여러 진입 지점을 가진다. 이는 기술 개발에서부터 기후변화모델과 시나리오의 개발, 정보 기술, 보험제도 등 생산자 수준의 단순 기술을 넘어 식품 체계, 경관, 정책 차원에서의 개입까지도 포괄한다. 마지막으로, 기후 스마트 농업은 지역-특이적(site-specific) 배경-특이적(context-specific)이다. 예를 들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해안가 인근 농경 지대에 염분이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쌀 생산량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염성* 벼 품종을 개발하고 보급할 수 있다. 혹은 재배지역의 토양 특성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용 효율을 높이고,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맞춤형 비료를 개발하는 방법도 시도할 수 있다.[6] 즉, 기후 스마트 농업은 어떠한 새로운 영농 방법의 집합이 아니다. 지역 환경을 이루는 요소와 여건들에 따라 적절한 농업 방식을 마련하는 것이다.
*내염성(salt tolerance): 식물이 염분이 높은 환경에서 생육 또는 생존할 수 있는 능력; 산림청
메콩강 삼각주의 보존과 발전을 동시에 – 기후 스마트 농업의 적용
여러 식량, 농업과 관련된 국제 기구에서 기후 스마트 농업을 적용하기 위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 은행(World Bank)은 2016년부터 기후 적응성을 키우고 메콩강 삼각주 인근에 사는 120만명의 지속가능한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베트남에 3억 1천만 달러의 차관을 지원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메콩강 삼각주를 농업 생산지뿐만 아니라 생태 지역으로 인식하고 개발과 동시에 보존하기 위해 노력한다. 메콩강 삼각주에서의 모니터링 시스템, 인프라와 정보 시스템을 개선하여 기후 변화에 대비하고 메콩강 상류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 물 관리의 틀을 마련한다. 또한, 삼각주 상부에서 홍수를 관리하고 황폐화된 토양을 복구하기 위한 조사를 시행하며 이를 바탕으로 농법을 개선하는 등의 활동을 지원한다.[7] 즉, 낮은 해수면, 연약한 지질, 지반 침하, 염분 침투 등 메콩강 지역의 특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후에 적응하고 생산성을 향상하며, 생태계를 보전하는 기후 스마트 농업의 접근 방식을 보인다. [8]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해
지금까지 기후
스마트 농업에 관해 알아보았다. 물론, 기후 스마트 농업
자체도 기후 변화나 식량 안보의 완벽한 해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기후 스마트 농업의 세
가지 목표를 한 번에 달성하기는 어렵기에 우선순위를 두며 최적의 타협점을 찾는 방향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중대한 문제들을 통합적으로 다루며 각 경우에 맞는 지속가능한 해결 방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대안이라는 건 확실하다. 특히, 식량 자급률이 낮고 기후 변화로 인해 농업 생산량에 변화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당장 생활 속에서 심각하게 체감하지는
못하더라도, 식량 안보와 기후 변화 모두 우리 삶과 아주 밀접하고 핵심적인 문제이다. 이 문제들에 대한 그리고 지속가능한 개발과 삶을 위한 더 다양한 접근과 논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더불어 우리 각자도 일상 속에서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
[1]
“식량 위기, 과학적 R&D로 대비해야”- 지속가능한 식량기술 등 해법 모색, 김순강, 2020 https://www.sciencetimes.co.kr/news/%EC%8B%9D%EB%9F%89-%EC%9C%84%EA%B8%B0-%EA%B3%BC%ED%95%99%EC%A0%81-rd%EB%A1%9C-%EB%8C%80%EB%B9%84%ED%95%B4%EC%95%BC/
[2]
SPECIAL REPORT-Climate Change and Land, IPCC, 2019, https://www.ipcc.ch/srccl/
[3]
[이달의 이슈]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전서희, 2020 http://www.climatechangecenter.kr/2020/03/16/%EC%9D%B4%EB%8B%AC%EC%9D%98-%EC%9D%B4%EC%8A%88-%EA%B8%B0%ED%9B%84%EB%B3%80%ED%99%94%EC%99%80-%EC%8B%9D%EB%9F%89%EC%95%88%EB%B3%B4/
[4] Temperature increase reduces global yields of major crops in four independent estimates, Zhao.C Et al, 2017
[5]
해외 기후스마트농업 연구동향 및 적용 사례, 강기경, 2018
[6]
[이달의 이슈] 기후변화 적응을 통한 ‘지속 가능한 농업’과 ‘식량안보’ 확보, 김가영, 2020
[7]
Mekong Delta Integrated Climate Resilience and Sustainable Livelihoods Project,
The World Bank,
https://projects.worldbank.org/en/projects-operations/project-detail/P153544?lang=en
[8]
메콩 삼각주 개발, 통제가 아닌 환경 적응으로, 장연환, 2018
http://www.insidevina.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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