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을 위한 이해관계자자본주의와 그 너머 : 프로토콜 경제
7기 최우혁
2019년 8월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서 애플, 아마존 등의 대기업 181명의 CEO들은 주주를 위한 이익만이 아닌, 근로자와 고객, 사회 등의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근본적 책무를 이행하겠다는 약속인 '기업의 목적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였다. 또한 COVID19로 인해 ESG와 같은 기업의 경영 구조 개선은 CSR이 가지는 광의적 의미로서의 사회 공헌 활동을 넘어 비재무적인 방식으로 기업의 체질을 바꾸어야 하는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그림 2 By Grochim -
Commons, CC BY-SA 3.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4754443
이러한 흐름의 연속에서 지난 2021년 1월에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재조명된 '이해관계자자본주의'로의 흐름은 17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부터 시작된 '주주자본주의'를 버릴 때가 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주주자본주의에서 기업의 목적은 주주들의 이익의 최대화하는 것이라면, 이해관계자자본주의에서 '기업의 목적'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유하는 지속적인 가치 창출에 기업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관계자자본주의는 Uber, Airbnb, Coupang을 비롯한 Gig Economy를 만드는 공유경제플랫폼들의 움직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우버 운전자 및 플랫폼 노동자에게 1년 보상금 가운데 15%를 지분으로 줄 수 있도록 허용하며 gig
economy의 구성원들이 플랫폼 성장에 기여한 대가를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하였다. 같은 기간 2020년 11월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Uber, Lyft, DoorDash 등 공유경제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운전기사들을 회사 직원이 아닌 독립사업자로 분류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비정규직으로 인한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Gig Economy를 제도권 하에 용인하였다. 한국의 비정규직 문제와 같이 운전자들이 대체 가능한 인력 자원으로만 여겨진다면, 훗날 운영자들이 주주 수익을 위해 노동자에 대한 보상은 물론, 매칭 알고리즘 변화 등을 결정할 수도 있다.
한편, 호주에서는 미디어법이 개정됨에 따라, Google이 글로벌 미디어 재벌인 News Corp와 콘텐츠 체결 계약을 맺었다. 이에 구글은 News Corp에 콘텐츠 제공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콘텐츠 제공에 대해 보상이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기존 언론들 입장에는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플랫폼 이용자들에게는 좋은 소식만은 아닌 것 같다. 언론에 기사 값을 지불하던 네이버의 정책으로 인해 한국 네이버 이용자들은 매우 단편적이고 클릭 수 유도만을 위한 기사들만을 접할 수밖에 없게 된 전례가 있다. 또한 페이스북과 같이 기존의 플랫폼 기업들은 뉴스 콘텐츠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더 많은 광고를 노출시킬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플랫폼을 이용하고 데이터를 제공하며 광고에 노출되는 플랫폼 이용자들이 수익 분배에서 소외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최근, 한국에서는 국내1위 게임사 Nexon의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화제다. 고대하던 아이템을 얻지 못해 많은 돈을 지불하였지만, 그 확률이 너무 낮았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 너무 불투명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역시도, 주주와 경영진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야기되었던 기존 주주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는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CEO들의 성명과 ESG 위원회와 같은 회사 내부의 방침만으로도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유하는 지속가능한 가치들을 추구하는 보다 진실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이룰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블록체인 벤처펀드 Hashed의 CEO 김서준 대표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더 나아가 새로운 경제구조인 '프로토콜 경제'를 제시하였다. 프로토콜 경제란 블록체인 기반의 기술을 이용해 플랫폼에 모인 참여자들이 합의를 통해 프로토콜(규약)을 정하고, 그 플랫폼의 운영 수익들을 프로토콜에 따라 참여자들이 공정하게 나누어 갖는 디지털 협동조합과 같은 경제 구조를 말한다.
프로토콜 경제에서는 주주와 직원, 이용자 간의 구분이 없다. 같은 프로토콜을 이용하는 네트워크의 커뮤니티 원으로서 네트워크에 기여하면 토큰을 받고, 토큰을 가지고 의사결정 과정(governance)에 참여하며 커뮤니티가 성장하며 얻는 수익을 프로토콜에 따라 함께 나눠 갖는다. 이는 플랫폼 성장에 기여한 노동자와 플랫폼에 네트워크 가치를 기여한 커뮤니티원들 모두에게 정당한 '보상'을 준다는 점에서 보다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이해관계자자본주의의 가치를 실현한다.
초기 인터넷이 분권화된 가치를 위해 등장하였듯이, 역사의 흐름에 따라 앞으로의 경제 체제는 이전보다 탈중앙화되고 투명한 경제 모델로 변화할 것이다. 기업들의 자발적인 이익 공유와 재분배는 기업들이 경영 전반에 걸쳐 내재화해야 하는 생존을 위한 움직임이 돼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위의 플랫폼 비즈니스 사례들과 같이 플랫폼의 계약 노동자나 이용자들이 소외되는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분권화되고, 공정하면서, 동시에 투명한 방식으로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경제 구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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