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기 김송이
<빈집 살래>를 보고 저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나
봅니다. 방영 이후 다음 시즌 제작을 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고, 제작진은
지역을 넓혀 제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2]
내 집 마련이란 꿈을 가지고 있는 분들께 <빈집 살래>를 추천하는 동시에 시청하며 궁금했던 점 몇 가지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실제로 서울의 빈집 문제를 알고 보면 프로그램 취지에 더 공감할 수 있어 보입니다.
1. 빈집의 정의
집이 비어 있기만 하다면 모두 빈집일까요? 빈집의 법적 정의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3]
빈집 특례법은 빈집을 ‘시장/구청장이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로부터 1년 이상 거주/사용하지 않는 주택’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지방자치단체장이 집이 비어 있음을 1년 동안 확인하고 난 뒤에 어떤 집이 빈집인지 정해집니다.
2. 빈집 추정 방법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장은 어떤 집이 비어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모든 집에 하나하나 돌아다니며 사람이 사는지 확인해야 할까요? 모든 주택을 전수조사하는
방법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시간과 예산상 제약으로 빈집 실태조사는 빈집추정, 현장 조사, 등급산정조사의 단계로 진행됩니다.[4]
LX 한국국토정보공사는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전기 사용량을 검토해 ‘추정 빈집’을 파악합니다. 12개월간 전기 에너지 총사용량이 0kWh인 주택, 각각 매월 사용량이 10kwh 이하이거나, 12개월 총사용량이 120kWh이하인 주택, 그리고 마지막으로 12개월간 매월 사용량이 동일한 주택을 확인해
빈집을 추정하는 방법입니다. 전기 사용량을 기준으로 했을 땐,
2018년 서울시에는 총 2.3만 호의 빈집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5]
빈집을 추정하는 또 다른 방법은 상수도 사용량을 기준으로 추정하는 방법입니다. 12개월간 상수도 사용량이 0이거나 매월 사용량이 같은 경우를 파악해
빈집을 추정하는 것이죠. 상수도 사용량을 기준으로 했을 땐, 2018년
서울시 내 1.5만 호의 빈집이 파악됩니다.[6]
통계청의 주택 총조사도 빈집 추정치를 발표합니다. 다만 해당 조사에서는 아직 이사가 이뤄지지 않은 미입주 주택을 포함하기 때문에 앞선 두 조사에서 보다 빈집의 수가 월등히 많습니다. 2016년을 기준으로 서울시 내 빈집이 9.5만 호로 추정하고 있습니다.[7]
3. 빈집 추정의
문제와 개선
위의 세 가지 조사를 봤을 때 빈집 추정의 기준에 따라서 추정치의 편차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빈집의 법적 정의가 존재하는 것과는 별개로 실제 빈집 문제를 파악할 때 통일되지 않은 추정치가
문제라고 꼽습니다. 각각의 기준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상호 보완해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인데요.
어떤 자료를 이용해 추정치를 내는지에 따라 빈집의 추정 분포에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통일되고
상시적인 빈집 조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마을 주민과 부동산 업자와 같이 동네에서
지속해서 빈집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인력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4. 빈집 발생 이유
빈집은 여러 이유로 발생합니다. 집을 매매하거나 임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빈집은 통계청 기준 빈집 수의 48%를 차지합니다. 폐가처럼 방치된 빈집도 존재합니다. 이런 빈집은 통계청 기준 약 10%에 달합니다. 서울 시내에 버려진 집이 3000호가량 존재한다는 뉴스는 이 추정치를 기반으로 한 것입니다.[8]
또한 제대로 계획되지 않은 주택의 공급 과잉과 지역 내 수요 감소와 같은 이유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사람은 많고 집은 부족한 서울보단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방의 중소도시에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9]
5. 빈집의 문제
집이 비었더라도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면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겁니다. 문제가 되는 빈집은 바로 방치된 경우입니다. 집이 여러 이유로 장기간
방치될 때, 도시 미관을 저해할 뿐 아니라 범죄의 장소가 될 수 있고,
화재가 발생하거나 붕괴할 우려가 있습니다.[10]
한 동네에서 빈집이 지속적으로 생기게 되면, 그 동네 자체가 낙후된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6. 빈집 활용
사실 빈집은 개인 간 매매가 불가능하고, 지역의 공공시설로만
활용할 수 있게 돼있습니다. <빈집 살래>에서
의뢰인들이 빈집을 구매해 새로운 거주지로 리모델링을 진행했던 것은, 해당 프로그램이 서울시와 함께 빈집
매칭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기획됐기 때문입니다.[11]
그동안 서울시와 SH 서울주택공사, LX 한국국토정보공사는 빈집을 매입해 도시재생 모델로 만들고자 하는 정책을 계획해왔습니다. <빈집 살래>에서 선보인 것도 빈집의 정보를 한곳에 모아
매입부터 활용까지 전담할 ‘빈집뱅크처’의 일환입니다. 장기적으로 빈집을 활용해 서울시의 주거난을 해결하고 지역 재생에 필요한 사회간접자본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입니다.[12]
빈집을 주제로 한 공공데이터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기획 중에 있다는 점은 분명 희망적입니다.
빈집 문제를 해결할 주체가 공공이어야 하는가 민간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선 아직 의견이 분분합니다. 기존의 정부 주도 도시재생이 모두 비슷한 종류의 벽화 거리 등의 환경 미화 수준에서 그쳤을 뿐 아니라, 세금 조달로 예산에 제약을 받는 공공 대신 민간이 빈집이 집중된 지역을 개발할 때 재생사업에 유의미한 경제적
효과를 얻게 될 것이란 전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SH 서울주택공사도 빈집 재생을 차차 민간과 협력하는
지역 재생 사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13]
<빈집 살래>는 내 집 마련의 어려움과 빈집 쇼크의 아이러니를
생각의 전환으로 접근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오늘 포스팅으로 빈집에 관심이 생기신 분들께 다큐멘터리
시청을 추천해 드립니다.
[1] http://www.imbc.com/broad/tv/culture/houseproject/concept/
[2] http://program.imbc.com/BBS/emptyhouse?bbs_id=emptyhouse_bbs
[3]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4] https://gongga.lx.or.kr/portal/bbs/qnaList.do#
[5] 장남종, 성수연, 「마을재생
위한 서울시 빈집의 실태와 관리방안」, 서울연구원, 2018
[6] Ibid.
[7] Ibid.
[8] 통계청, 2016 주택총조사
[9] https://house.sisain.co.kr/
[10] https://news.seoul.go.kr/citybuild/archives/505669
[12]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10181866060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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