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과 인프라, 그리고 그 리스크에 대하여
4기 신서윤, 6기 윤민하
[들어가며]
저희
리서치팀은 2019년 12월부터 1년 동안 월드뱅크와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인프라 프로젝트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지도에 어떻게 표현할지
기획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특히 민간 사업자가 참여하는
Public-Private Partnership(PPP)과 관련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수집하고 해석하며, 인프라 딜과 연관된 여러 분야의 사안들이 궁극적으로 지속가능성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인프라, 국제관계와 금융 세 분야는
그 중요성이 특히나 크다고 판단되었는데, 이번 포스트에서는 그동안 저희가 인프라 프로젝트의 딜 트랙킹을
하는 과정 속에서 고민해본 세 분야와 지속가능성과의 관계에 대한 내용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지속가능성과 인프라]
인프라와
지속가능성은 얼핏 보기에는 큰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SDG 9번이 “혁신과 인프라”인
만큼, 인프라는 지속가능성 관련 논의에 있어 빠질 수 없는 주제입니다.
인프라와 지속가능성의 관계에 있어 핵심은 포용성과 공정성입니다. 사회기반시설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접근가능해야 합니다. 선진국의 경우 일반 시민들의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개도국들의 경우 인프라 자체가 갖추어져 있지 않거나, 갖추어져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소수의 사회 상류층에게만 접근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류가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하는 데 있어 인프라가 중요한 이유는 인프라는 대개 기본적인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시설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SDG 세부목표 9.1의 지표는 “사계절
도로 반경 2km내 거주하는 지방 인구의 비율”로, 도로망은 우리가 이동할 수 있는 범위를 결정짓는 요소이기 때문에 이러한 지표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어떤 도시에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항만, 공항이 잘 갖추어져
있더라도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는 도로가 없다면 접근이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이러한 어려움을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많은 개도국들에서는 실제로 이러한 도로가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아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매일 이동하는데 큰 불편함을 겪어야만 합니다. 지속가능성과 맞닿아 있는 인프라 영역은 비단
도로뿐만이 아닙니다. SDG 7의 “에너지”의 세부목표 7.1의 지표는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 인구의 비율”로, 이는 전세계적으로 전기 사용이
원활치 않은 국가들이 여전히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SDG 6의 “물과 위생”에서는 안전한 식수의 공급, 폐수의 안전한 처리가 될 것을 언급하고 있으며 이 역시도 관련 인프라 없이는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SDG 11인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도 지속가능한 인프라의 구축이 필연적으로 따르게 됩니다.
SDP는 이러한 다양한 종류의 인프라 관련
딜이 체결되고, 실패하는 추이를 트랙킹합니다. 특히나 현재 SDP에서 개발중인 “Failure Map”에서는 전세계적으로 실패한
인프라 딜을 세계지도 위에 표시하여 실패 딜이 많은 지역은 어디인지, 어떤 분야의 딜이 실패하는지 등에
관한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각화해 관련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데 쓰일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리서치팀에서는
이러한 딜과 관련된 정보를 하나하나 읽고, 해석하고, 분류하며
전세계적으로 인프라 딜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도모합니다. 특히나 최근에는 코로나 19로 인한 지연, 취소가 많이 발생하였기에 이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그럼
다음으로는 국제관계, 금융이 어떻게 지속가능성과 연관되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가 살펴본 인프라 딜과 관련하여 이 두 분야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이 둘을 잘 관리하는 것이 인프라 딜에, 그리고 더 나아가 지속가능성에
있어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속가능성과 국제관계]
국제관계는
세계의 전반적인 정책, 투자, 산업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적 지속가능성과 직결됩니다. 여러 국가들 간 논의에서 지속가능성이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다루어지는지, 그 중요성이 얼마나 강조되는지에 따라 각 국가에서의 정책, 국제적 협력사업의 모습이 크게 변하며, 이로부터 파생되는 사회의
수많은 분야들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지속가능성의 개념 자체도 다양한 국가들 간의 논의에서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지속가능성은 1987년 세계환경발전위원회의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미래 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손상하지 않고, 현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정의하면서부터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지속가능성은 주로 환경 관련 맥락에서 다루어졌는데,
이전에는 ‘발전’과 ‘환경’은 상충되는 두 개념으로 여겨지다 지속가능한 발전이 정의되면서부터는
두 개념을 공존이 가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후 1992년의
리우회의, 2002년 요하네스버그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 등의 국세사회에서의 논의과정을 거치며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은 점점 부각되었으며, 2015년,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채택되며 인류사회 공동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실제 인프라 딜에 국제관계가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살펴보겠습니다. 리서치팀에서 살펴본 인프라 딜 중 하나였던 중국-파키스탄경제회랑(CPEC)의 일환으로 진행되던 고속도로 사업은 2017년 돌연 중단되어야 했습니다. 이유는 중국이 해당 사업의 펀딩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었는데, 당시 파키스탄 정부에 의해 구성된 위원회에서 CPEC의 투명성과 관련하여 비판적인 의견을 제시했고,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 중국이 “꽤나 불쾌”했기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었습니다.[1]
이렇듯 국가간의 관계로 인해 사업에 차질이 생기게 되고, 이로 인해 해당 국가의 시민들은
간접적인 피해를 받게 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지속가능성과 금융]
금융
중에서도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대규모 프로젝트 사업에 대한 다양한 자금조달을 의미합니다. 사업성을
바탕으로 자금지원을 하고, 프로젝트 자체 수입만을
가지고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각 프로젝트 별로 차별화되는 요건들이 요구됩니다.
즉, 인프라 프로젝트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에 대한 명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금융구조를 조성하고 체계적인 사후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원만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필요한 것이죠.
그러나 저희가 살펴본 인프라 딜들 중에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도중 해당 조건들이 지켜지지 않아 자금 조달이 지연 혹은 중단된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저희 학회 내에서 자체 개발한 AI Crawler를 활용하여
최근 분석한 인도Athena Chhattisgarh Power Limited의 Energy Generation 인프라 프로젝트의 경우 자금 조달 및 토지 취득이 지연됨으로써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겼었습니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해당 프로젝트를 매각하기 위한 입찰을 모색하는 근황을 포착하기도 했습니다.[2]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전세계 모든 PPP 사업이 영향을 받았고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캐나다 유료도로 ETR-407은 3월 1~3주차 교통량이 전년 대비 13% 줄었고 4주차때는 전년 대비 66% 줄어 운영에 영향을 끼칠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인프라 건설 완료 이후에도 운영에 영향을 받을 경우 투자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는 등의 리스크가
존재합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프로젝트 발주처인 정부의 최소수입보장(MRG·Minimum Revenue Guarantee)과 운영기간
중 약정수입 지급(AP·Ability Payment) 등이
필요한 이유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3]
[마치며]
지금까지 저희 리서치팀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지속가능성과 인프라, 국제관계 그리고 금융 간의 관계에 대해서 얻은 인사이트를 간략하게 공유해보았습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국제관계나 금융 요인들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향후 인프라 투자
개발형 사업에서 이에 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정치·경제·금융조달·건설·운영 등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장기적으로 면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해 보이며 이것이 지속가능한 인프라 구축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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