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건물 - 6기 신충현
- 천장에 감추어진 기계
글을 읽고 있는
지금, 당신이 거주하는 실내 공간은 쾌적한가?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바람을 보장받고 추운 겨울날에도 따뜻한 환경을 보장받고 있는가? 우리는 “별 어려움 없이 쾌적한 환경을 누리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은 벽에 붙어있는 버튼을 누르거나 심지어는 불쾌할 틈이 없이 온도에 따라서 자동으로 냉난방이 조절되는 시대이다.
과거 건물에서의
실내 온열환경 조절은 전적으로 외피, 구조체의 축열성능, 혹은
창문을 통한 자연환기 등에 의해 이루어졌다. 따라서 설계자는 건물의 기획,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실자의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이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들은 그 지역의 기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에 나라, 지역별로 다양한
건축양식을 갖게 된 것이다. 열대기후 지역의 나라는 고상가옥 혹은 수상가옥, 한대기후 지역의 나라는 이글루, 우리나라는 한옥이 있는 것이 이러한
고민을 반영한 건축양식이다.
하지만 최근 건물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기후는 절대적인 고려 요소가 아니다. 따라서 기존의 나라별 건축 양식은 사라지고 현재는
유리로 덮인 높고 세련되어 보이는 건물들이 한국에서, 유럽에서, 미국에서
심지어는 더운 사막기후의 두바이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바로 건물에서 기계
설비를 도입하였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우리는 그로 인한 유익과 혜택에 만족하며 이로 인한 부작용은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이제는 고개를 들어, 우리에게 쾌적한 환경을 선물한 건물의 천장에
감추어진 기계 설비들을 떠올려야 한다. 그들은 기계이다. 기계는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것처럼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그들이 일하는 만큼 우리는 높고 화려한 건물을
접하게 되고, 쾌적한 보금자리를 보장받게 되는 유익을 누리게 된다. 대신
그 일의 대가로 우리는 기계에게 한정적인 자원을 지불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정량적인
자료를 통해 관찰해보면, 산업 전반에서 건물의 에너지 소비 비중은 결코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건물이 사용하는 에너지 중에서 사람들의 온열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HVAC(heating,
ventilation, & air conditioning) 설비가 절반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의 유익과 맞바꿔 한정적인 자원을 얼마나 소비했는지 알 수 있다.
-해결방안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와 에너지 부족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현재 건물의 에너지 다소비 행태가 수면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건축 관련 종사자들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해결책들을 내놓았다. 태양광 발전 혹은 지중열 히트펌프 등 친환경 열원을 사용하는 기술이 대표적인 예이다. 제도적인 움직임으로는 국내에서 제로에너지 의무화를 아래 사진과 같은 단계로 실천하고 있다. 이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탄소배출저감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정책이다.
미국 뉴욕에서도 똑같은 방향성으로 2030년까지 도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5%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는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에너지 수요를 예측하고 절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구글은 대용량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수많은 서버를 데이터 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데이터 센터는 컴퓨터에서 나오는 발열로 인한 냉방부하가 큰 문제이다. 구글은
2014 년부터 머신러닝을 사용하여 데이터
센터의 냉각을 자동으로 최적화하기 시작했으며, 동시에 스마트 온도, 조명
및 냉각 제어 솔루션을 구축해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였다. 특히 'AI 기반 추천 시스템(AI-powered recommendation
system)'은 데이터 센터 냉각을 직접 제어함으로써 이미 평균 30%의 일관된 에너지
절약을 제공하고 있다.
에너지 데이터가 쌓이는
다른 영역에서의 건물도 에너지 수요 예측 모델을 활용하여 전력의 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기계 설비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에게 쾌적한 실내 환경을 제공하는 고마운 존재이다. 하지만 주는 유익만큼 철저히 대가를 가져간 기계
설비를 마주하며 우리는 기술의 양면성을 체험하였다. 건물의 에너지 과소비를 초래한 부작용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꾸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가 되었다. 또한 건물의 영역을 떠나 우리에게 유익만을 주는
것처럼 보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대가를 바라는 기술이 무엇일지 고민해보자. 이것이 지속가능한 미래로 향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참고문헌
김민경, 김민영, 「해외 제로에너지타운 사례를 통해 본 제로에너지타운 정책 방향」, 『서울도시연구』, 2011, p159~180
김병선, 「녹색도시를 꿈꾼다」, 『대한건축학회』, 2012, p1~8
EIA, 2012 Commercial buildings Energy
Consumption Survey: Energy Usage Summary
Eric Masanet , Arman
Shehabi, Nuoa Lei, Sarah Smith, Jonathan Koomey, 「Recalibrating global data center energy-use estimates」, Science, 2020, p984-986
https://zeb.energy.or.kr/BC/BC02/BC02_02_001.do
https://www.etrans.or.kr/info/list.php?admin_mode=read&no=2876&make=&search=&prd_cate=1
30%를 감축했다고하더라도, 여전히 구글의 데이터센터가 발생시키는 열은 어마어마 합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한 문제를 또 다른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ReplyDelete해결에 사용된 기술은 비단 해결에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생산력 향상을 위해서도 쓰이니까요.
즉, 기술의 가치중립성은 '해결'로 기울수도 있지만, '더 많은 이윤'으로 기울수도 있고 세계는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데 집중하고 있어요.
강하게 제동을 걸 때는 아닐지 의견드려봅니다.
우선 글을 읽고 의견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elete말씀하신 대로, 기술 발전으로 인한 문제를 또 다른 기술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항상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리 데이터 센터에 사용되는 에너지 사용을 인공지능을 통해 예측하고 절약할 수 있을지라도, 세계가 디지털화되어 가면서 데이터의 절대적인 양적 수치는 늘어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급증하는 인터넷 트래픽과 데이터의 부하로 에너지 사용량의 절대적 수치는 증가할 것입니다.
따라서 또 다른 기술은 해답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여기서는 인공지능을 예로 생각하면 됩니다.) 저는 변화를 위한 필수적 발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막기 위해 기계 설비 사용을 급격하게 줄이거나, 건물을 재건축한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는 재실자의 쾌적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건물의 제기능을 하지 못해 정체성을 잃게 하고, 후자를 급진적으로 시도한다면 이로 인한 에너지가 더 고갈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의 문제를 기술로 완화하면서 본질적인 변화를 (여기서는 재건축, retrofit) 순차적으로 이루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센터에 대한 문제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Delete기업에서 데이터의 늘어나는 양에 대한 규제도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지고 데이터 센터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AI 기술의 도입이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한 시간적 자원을 제공할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