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소셜벤처밸리로서의 도약
5기 리서치팀 권경민
미국 서부 산타클라라 인근 계곡에는 반도체 칩들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대거 모여 실리콘밸리가 탄생했습니다. 그리고 실리콘밸리는 세계 IT 산업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한국은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만들고자 IT 산업의 요람으로서 판교를
선정하고 테크노밸리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실제 지리학적 의미보다 실리콘밸리가 가지는 상징적 이미지를
차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후 ‘00밸리’는 단순히 전통적인 벤처 기업 및 IT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비슷한 사업의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자리잡았습니다.
해당 용어는 현재 소셜 섹터에서도 활용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 최초의 소셜벤처밸리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한국 소셜 임팩트의 성지라 여겨지며 약 300여개의 소셜벤처와 관련 기관이 모여 있는 성수동 소셜벤처밸리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셜벤처?]
흔히 우리가 말하는 ‘소셜벤처’는 비교적 새로운 개념입니다. 이에 본격적인 내용을 시작하기 앞서 소셜벤처와 이와 관련된 기관들에 대해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1)
소셜벤처기업: 소셜벤처기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해 수익 창출은 물론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는 조직입니다. 우리가 아는 마리몬드, 쏘카, 텀블벅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셜벤처기업이 기존 벤처기업과 비교하였을 때 가지는 차이점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사회적 가치 실천에 더욱 중점을 두는 기업으로서, 기업의 가치를 산출할 때 그 기업이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는 물론 사회적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i]
2)
임팩트
투자사: 임팩트 투자사는 투자를 통해 수익 추구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 기관입니다. 다시 말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조직에
투자하는 기관으로서, 투자 이후 가치 창출 확인까지 비교적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회적 가치 실현 기관
및 펀드에 투자하는 인내심이 강한 투자사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Sopoong, 옐로우독, HGI 등이 유명 임팩트 투자사입니다.
3)
중간지원조직: 루트임팩트, 임팩트 스퀘어, 언더독스
등 소셜벤처에 대한 발굴, 육성,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기관입니다. 코워킹 스페이스 제공, 임팩트 측정 방법 제시, 엑셀러레이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소셜벤처 생태계 활성화에 노력하며 때로는 소셜 섹터의 언어를 해석해 기존 산업과
소통을 수월하게 해주는 교두보 역할을 합니다. [ii]
성수동에는 소셜벤처기업, 임팩트 투자사, 중간지원조직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이 모여
소셜벤처밸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성수 소셜벤처밸리]
성수
소셜벤처밸리는 소셜벤처기업과 관련 공공기관 및 협력기관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루트임팩트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입주한 기업은 약 250여개에 이릅니다. 성수 소셜벤처밸리는 판교 테크노밸리처럼 정부사업에 의해 형성된 클러스터가 아닌 민간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형성되었습니다.
성수동이 소셜벤처들의 선택을 받은 요인은 총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우수한 입지 조건입니다. 성수동은
2호선 뚝섬역과 성수역, 분당선 서울숲역으로 둘러싸여 있어
교통이 편리하고 접근성이 높으며, 강남, 삼성 등 서울의
무역 및 소비의 중심과도 가까워 유통 업무에 용이합니다. 둘째, 저렴한
임대료입니다. 초기상태의 기업으로서 자본이 부족한 소셜벤처기업에게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사무실을 임대할 수 있었던 성수동은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셜벤처밸리의 시초 루트임팩트의 공동설립자인 정경선 Chief
Imagination Officer (CIO)는 성수동에 “소셜 섹터만의 색깔을 입히기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라는 인터뷰를 남겼습니다. 성수동은
과거 준공업 거리였으며 유명 수제화 거리였습니다. 하지만 관련 산업이 쇠퇴하며 성수동은 폐공장과 폐창고만이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정경선 CIO는 빛을 잃은 도시가 소셜
섹터만의 특성을 드러내고 문화를 조성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으며 소셜이라는 새로운 바람으로 도시에 활력을 되찾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iii]
[소셜벤처밸리의 기능]
소셜벤처밸리의 기능은 크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 정보습득 및 네트워킹입니다. 소셜벤처들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점을 활용해 정기적인 네트워킹을 한다면, 위기관리
방안 및 업계 정보 습득에 유리합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사업을 지속할 방안에 대한 꾸준한 토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창업가들은 그들만의
세미나를 통해 서로의 심정에 공감하며 위로 받을 수 있고, 난관에 봉착했을 경우 선경험자에게 조언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 소셜 미션을 공유하는 기업간의
협력이 용이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만 합니다.[iv]
둘째, 정책 및 제도 개선입니다. 과거, 소셜벤처기업들은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성수동으로 모인 이후, 서로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며 이를 계기로 ‘임팩트 얼라이언스’라는
소셜벤처협의체도 탄생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벤처부 및 정부부처에 소셜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 제도 개선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며, [v]관련부처
또한 성수 지역에 관심을 보이며 1200억원 규모의 ‘소셜임팩트투자
펀드’를 조성할 수 있었습니다. [vi]소셜벤처밸리는
아직 초기단계에 있는 소셜벤처들이 소통과 협력을 통해 공감하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자, 분산 되어있던
의견을 하나로 모아 외부에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성수동 소셜벤처밸리와 지원사업의 미래 과제]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 하에 소셜벤처 활성화 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소셜벤처는 대중의 관심을 얻었고 성수동이
‘소셜벤처밸리’라는 이름을 얻으며 성장하게 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소셜 임팩트 분야의 눈부신 발전이 있었지만,
향후 성수동 소셜벤처밸리와 소셜벤처 지원사업이 해결해야할 과제들은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첫번째,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입니다. 2011년 복합문화공간 조성 이후 많은
이들이 성수동에 유입되었고, 현재 이곳은 20-30대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쇠퇴했던 지역 경제는 살아났지만 이와 함께 임대료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존 상인들은 물론, 저렴한 가격에 사무실을 임대 또는 지원받았던
소셜벤처들은 성수동에서 쫓겨나고 있습니다. 한 매체의 인터뷰에 따르면 높은 임대료 때문에 성수동에서
퇴거한 소셜벤처 중 다시 성수동에 사무실을 낸 곳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이렇듯 저렴한 임대료로 인해
소셜벤처의 메카가 되었던 성수동의 이점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소셜벤처는 주변 상인들과
협력 및 상생방안에 대해 고민해야할 것이며, 성동 소셜벤처허브센터와 같이 공공기관 또한 쫓겨나는 상인과
기업가들을 위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전국 여러 지역에 소셜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시켜
소셜벤처 창업 시 기업가가 성수동 뿐만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vii]
두번째, 공공기관과 민간기업간의
역할 중복 문제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소셜벤처들은 자발적으로
성수동에 모여 소셜벤처밸리를 형성했습니다. 이후, 공공지원사업이
시작되며 산업이 확장되고 비교적 여유를 찾았지만, 공공사업들이 기존 민간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차용하며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 중복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기존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하는
것에 대한 민간기업의 불만 해결과 함께, 이러한 지원사업이 과연 지속가능한 소셜벤처 활성화 방안인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탐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무분별한 소셜벤처
지원사업입니다. 현재, 소셜벤처 활성화 바람은 성수동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대전시는 대전형소셜벤처밸리를 발표하며[viii] 소셜벤처 생태계 구축을 시작하였으며 SK E&S의 지원을 받은
군산[ix], 로컬펀드를 조성한 강원[x], 그리고 제주[xi] 등 여러 지자체가 민간과의 협력을 통해 소셜벤처 생태계 인프라 확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 2, 3의
소셜벤처밸리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금을 받기만을 위한 지자체의 무분별한 사업은 지양하고, 각
지역의 특색과 중점산업에 맞는 맞춤형 지원사업 계획이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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