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성을 입다 : 컨셔스 패션 (Conscious Fashion)
6기
한지민
<그림
1>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을 대표하는
스파 브랜드들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지난 10년간
화두에 올랐던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에
대적하는 단어로, 소재 선정에서 제조 공정까지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과정으로 생산된 의류 및 그러한
의류를 소비하고자 하는 추세를 의미한다. UNCTAD가 2019년
3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패션산업은 전 세계 기후변화를
심화하는 요소 중 두 번째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앨런 맥아더 재단에 따르면 연간 국제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는 모든 국제 항공편과
선박의 탄소 배출량을 더한 것보다도 많은 비중이다.[1]
패션 산업은 온실 가스 배출 뿐 아니라 물 사용 및 화학 물질로 인한 폐수 처리와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해양 오염 등 다양한 환경
문제의 주범이 된다. 따라서 각국의 정부와 많은 기업들,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슈머(Greensumer)를 비롯한 소비자들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속 가능한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을 추구하고 있다.
먼저 패션의 나라로 불리는 프랑스의 정부는 2023년까지 패션 기업의 “재고와 반품 등 미 판매 제품에 대해 소각과 파쇄 등 일체의 파괴 행위를 전면 금지” 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제조업체와 소매업체의 기부와 재활용을 의무화하는 법안 통과를 앞두고 있다.[2] 또한 독일 정부는 세계 최초로 정부 차원의 “지속가능한 섬유 라벨” 인 “그린 버튼(Green Button)” 제도를 도입하였다. 티셔츠, 침대 시트, 가방 등 다양한 섬유 제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화학 잔류물 제한, 유해 화학 물질 사용 금지 등 26가지 사회적, 환경적 기준을 만족해야 그린버튼(Green Button)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2026년까지 의류 산업과 관련해 친환경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예정으로, 공정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많이 발생하는 염색업종은 설비진단과 노후시설 교체 등을 지원해 그린· 클린팩토리로 전환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발표하였다.[3]
<그림 2>: 그린 버튼 인증을 받은 의류 제품
많은 의류
브랜드들 역시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는 2018년 자사 면 물량의 70%를 더 친환경적인 공정으로 생성된
면으로 교체하였다. 프라다(Prada)는 자사를 대표하는 가방 라인을 재해석한 리나일론 프로젝트를 런칭하여, 바다의 플라스틱과
방직용 섬유 폐기물, 낚시 그물 등으로 얻은 에코닐 나일론이라는 신소재로 가방을 제작하였다. 파타고니아(Patagonia)는 지난 9월 페트병을 모아 만든 스냅티를 출시하였고, 2020년에는 원단의
85%를 버려진 플라스틱과 입을 수 없게 된 의류를 활용하여 만든 스냅티를 출시하였다. 2005년부터 꾸준히 친환경적인 행보를 보인 아디다스는 해양 폐기물을 재활용하여 만든 러닝화를 출시하기도 하였다. 패스트 패션의 대명사인 스파 브랜드 “H&M” 역시 의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인정하고, 지속가능한 소재만을 이용해 제작한 “H&M Conscious” 라인을 따로 선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브랜드들이 2018년 이후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환경 파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업사이클링 제품을 출시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은 의류 기업들 사이에서 뚜렷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사진 3> 프라다의
리나일론 프로젝트
기업 입장에서 환경 파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 뿐 아니라, 소비자들 간에 불필요한 의류 소비를 줄이자는 인식 역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세계 각국에서는 패션계의 넷플릭스와도 같은 의류 렌탈 서비스가 유행하고 있다. 에어비앤비나 우버, 최근에는 전동 킥보드로 대표되는 공유경제의 원리를
의류에도 적용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는 “렌트더런웨이
(Rent the Runway)”라는 플랫폼으로, 특별한
날에 파티 복장을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로 출범하여 2016년에는 일상복으로 그 범위를 확대하였다. 현재는 정기구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클로젯셰어”라는 플랫폼이 존재하는데,
명품 브랜드의 옷이나 물품을 대여하거나, 소유하고 있는 명품을 공유하여 수익을 낼 수 있다.
<사진 3> 의류
렌탈 서비스 Rent the Runway
최근에는 코로나의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 리세일(Resale) 시장이 급부상하면서, 중고의류를 재사용하여 환경 피해를
줄이는 움직임 역시 커지고 있다. 특히 한정판이 많은 스니커즈를 리세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최대 규모의 온라인 편집샵 스토어인 “무신사”에서는 한정판 스니커즈 리세일 전용 어플을 출시하기도 하였다. 미국의
리세일 웹사이트 스레드업(threadUP)은 2018년 미국의
총 중고 의류 시장은 240억 달러(약 28조5120억원) 규모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으며, 이는 2023년에는 510억 달러(약 60조588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고,
10년 이내에는 리세일이 패스트 패션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4]
이러한 의류 렌탈 서비스와 리세일 시장의 확산은, “소유”보다
“경험”에 가치를 부여하는 MZ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과 잘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패션을 경험하고자 하는 성향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가치소비성향이
맞아떨어지면서 많은 소비자들이 옷을 재사용할 수 있는 수단을 찾게 된 것이다.
<사진 4> 스레드업(threadUP)의 조사 결과
패션을 통해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는, 빠른 트렌드에 맞게 질 낮고 저렴한 가격으로 옷을 대량생산하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문화를 낳았다. 물론 옷의 다양성을 추구하여 소비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다만 의류 산업 역시 여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가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래 세대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분명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지구는 친환경이
아닌 필(必)환경의 시대에 도달했다고 한다. 정부와 기업, 소비자 모두가 컨셔스 패션(Conscious Fashion)에 관심을 갖고, 의류 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1] KOFOTI Report <섬유패션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응 동향>
[2]
https://www.thefashionlaw.com/new-french-legislation-prohibits-the-destruction-of-unsold-goods-including-clothing
[3] http://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9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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